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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과민성 방광,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너
타워여성센터 | Date : 2016-02-12 | View : 1527
지난 가을쯤이었다. 진료실에 세련된 차림의 중년부인이 어색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톤다운된 베이지색 트렌치 코트에 옅은 화장. 40대 중반으로 보일 정도로젊어 보이는 그녀는 의자에 앉기도 전에 변명이라도 하듯 “여성 비뇨기과 병원이 있다는 걸 이제 알아서..”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러했다.몇 년 전부터 소변을 자주 보고 바로 화장실에 가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만큼 급해지는데, 평소 집에서만 있고 백화점이나 마트 정도의 활동뿐이라 불편하지만 그냥 나이 탓이려니 하고 지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증상이 심해지던 중 얼마 전 남편의 친구부부와 부부동반으로 떠났던 유럽여행에서기차 내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해 실수를 저지르는 매우 곤란한 일을 겪고 나서치료를 받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했다. 여행 내내 유럽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기는커녕 오로지 화장실 생각에 사로잡혀 벌 아닌 벌을 서는 기분이었다며 그녀가 어색하게 웃었다.


과민성 방광증후군.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병명일 것이다. 몇 년 전인가, 대한배뇨장애학회에서 과민성 방광증후군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각종 매스컴을 통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과민성 방광증후군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한 적이 있었다. TV에도 공익광고까지 하는 등 학회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보통 사람들에게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진료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과민성 방광증후군을 가지고 있음에도 ‘내가 원래 방광이 약해서’ 라던지 ‘어려서부터 그래서 원래 그런 것 인줄 알았다’ 혹은 ‘나이가 들어서 노화현상인줄 알았다’ 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침을 하거나 콧물이 나오면 감기라는 것을 알고 치료를 받으러 가지만 이상하게도 배뇨증상에 대해서는 의외로 관대한 것 같다.


방광. 평소에 우리가 방광이라는 우리 몸의 장기에 대해 생각할 일은 많지 않다. 평생 별 문제없이 버텨준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방광은 배꼽 아래쪽에 위치한 공모양의근육으로 이루어진 주머니다. 성실하고 건강한 방광이라면 방광은 하루 24시간 내내 다음의 두 기능 중 한가지를 수행 중이다. 소변을 저장하거나 혹은 배출하는 것. 심장이나 간과 같이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보다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방광은 그야말로 대뇌와 중추신경계 그리고 하부요로의 조화로운 협력, 그 자체를 구현하는 것이다. 최첨단의 의료기술로도 아직까지 방광을 이식하거나 인공방광을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면, 새삼 방광이 얼마나 복잡한 기능을 수행 중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방광의 소변을 저장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경우이다. 쉽게 설명해서 방광이 제 용적만큼 진득하게 소변을 저장했다가 방광이 많이 차면 점잖게 대뇌에 신호를 보내 몸의 주인이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자 이제 소변을 볼까’ 하고 요도 괄약근을 풀 때까지 순순히 있지를 못하고 소변이 조금만 차도 소변이 마렵다고 대뇌에 아우성을 쳐대고 그것도 모자라 제멋대로 마구 수축을 일으켜 심할 땐 소변이 찔끔 새나가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문제는 방광이란 녀석이 몸의 주인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뭐 전혀 그런 것은 고려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린애처럼 졸라댄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몸의 주인은 이제 어디를 가던지 이 예민한 방광이 신호를 보내면 언제라도 화장실을 갈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갖추어야 하고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예기불안을 느끼게 된다. 방광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 정도만 되어도 큰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방광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2차적인 변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방광은 소변을 보고 싶어 마구 짜대는데 몸의 주인은 최대한 요도 괄약근을 오므려 곤란한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 풍선의 입구를 손으로 꼭 막고 풍선을 마구 눌러대는 상황과 같다. 그렇다면 높아진 방광 안의 압력은 어디로 갈까? 상대적으로 얇은 방광벽을 밀고 나가거나 요관으로 밀고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일어난 방광이나 신장의 2차적인 변성은 대부분 비가역적이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순수한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여자에서 좀더 흔하지만 남자에게는 여자에겐 없는 복병이 있다. 바로 전립선이다. 평균 18gm의 호두 알만한 이 성선기관은 정액의 일부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전립선이 없어도 성생활에는 자체에는 지장이 없는 만큼 아들딸 다 낳은 중 장년 남성에게는 귀찮은 존재일 수 밖에 없다. 별로 쓸모도 없어진 녀석이 남성호르몬을 먹고 자라 비대증을 일으키거나 툭하면 염증이 생겨 자기의 존재를 알리니 말이다. 얼마 전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사위와 술잔을 기울이던 아버지가 웃으며 농담을 하셨다. “이 막걸리가 몸에 참 좋은 건데, 최서방 많이 마시게. 나는 이제 막걸리도 마음대로 마실 수가 없어. 밖에서는 돌아오는 길에 급히 화장실 가게 될까 봐 마실 수가 없고, 집에서는 자다가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니 마실 수가 없게 됐어. 언제부턴가 화장실이 아주 급해지더라고. 원래 나이 먹으면 다 그렇게 되는 거지.”이런..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나중에 외래로 모셔 검사를 해보니 아버지는 경도의 전립선 비대증이 있었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한 배뇨증상 즉, 소변을 자주 보거나 급박뇨, 보고 나서 시원하지 않는 증상 등은 방광자체의 문제보다는 전립선이 커지거나 조직학적으로 변화를 일으켜 이차적으로 방광의 자극증상이 생기거나 물리적으로 요도나 방광목을 눌러 소변이 나오는 길을 막아 증상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증상은 비슷하지만 원인은 전혀 다르므로 치료도 달라진다.


과민성 방광증후군의 일차치료는 약물치료이다. 질풍노도와 같은 방광을 잠잠하게 만들어 주는 기특한 약은 항콜린제성 제재이다. 많은 대규모의 임상시험과 연구에서 항콜린성 제재는 90% 이상의 환자에서 방광의 예민함과 불수의적인 수축을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 마름이나 안구건조, 변비 등의 흔한 부작용이 있지만 최근에는 부작용이 적은 약들이 출시되어 한결 편하게 복용할 수 있어 좋다.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심해 약을 먹기 어려운 경우에는천수신경조절술이나방광 내보톡스주입술 등이 효과적이다. 그 중 방광 내보톡스주입술은방광벽의 근육에 보톡스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비교적 시술이 간단하고 과민성 방광증후군이나 급박성요실금에 효과가 있어 최근 많이 시행되고 있다.
환자들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나면 세 분중 한 분은 걱정스런 얼굴로 이런 질문을 한다. “선생님, 이게 완치가 되나요?” 과민성 방광증후군의 경우 근본적으로 완치를 하는 질병이 아니라 불편하지 않게 그리고 더 나쁜 합병증이 생기지 않게 조절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마치 당뇨나 고혈압처럼 말이다.


환자의 입장에선 방광의 기능이나 전립선이니 하는 것은 골치가 아플 수 있다. 그래도 본인의 질병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언제나 내 몸의 첫 번째 주치의는 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명의가 있고 명약이 있다 한들, 병원에 찾아오지 않는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니까.

타워 여성비뇨기과 강남점 장훈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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